오타루, 그 꿈만 같았던 날들 - 1
2015년 1월 17일. 나의 오타루행이 최종으로 가족에게 허락받았던 날이다. 물론 이는 앞으로 홀로서는 그날까지 장기간의 여행을 금한다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로 협상된 후였다. 이처럼 나의 18박 19일의 길지만 짧았던 여행의 시작은 생각처럼 그렇게 순탄지만은 않았다. 1년여 남짓의 기간 동안 국내 단장으로서 어느 누구보다 오코보 단원으로 참여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 뿐 만 아니라 한편으론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에 대해 알면서도 정면으로 맞서보려 했던 것 같다.
나의 오타루는 출국 전날 밤 공항에서부터 시작이었다. 미리 만나기로 했던 민재형, 민주형을 포함해서 우람이, 주영이, 레나를 자정이 넘어갈 즈음 만나 가볍게 맥주한잔 나누며 앞으로 지낼 날들에 대한 상상으로 밤을 새었던 걸로 기억한다. 새롭게 만났던 13기 친구들과의 만남도 좋았고 작년에 이어 민재형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나는 항상 공항 노숙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산다. 왜냐하면 공항에서의 만남부터가 오타루의 진정한 시작임을 알기 때문에.
조장들이 모이기로 했던 5:30이 지나고 전원 집결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전전긍긍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가량 동안 수첩에 예상 일정을 적어가며 머릿속에 넣으려 했으나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다행히 일찍 도착한 운영진 친구들과 형들이 진행을 도와주며 일은 차례차례 진행되어 갔다. 사진 촬영, 탑승 수속, 인원 이동, 위치파악 등 긴박하게 흘러가는 시간과의 싸움이 부담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날 형들이 얘기해줬던 ‘오코보는 삿포로행 비행기만 탑승하면 반 이상 끝난거다’ 라는 말을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이륙 직 후에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기내에서 함께 앉았던 민주형, 영훈이와 함께 얘기하면서 더욱 우리조원들과 돈독해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 둘과는 각자 다른 영역의 교집합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도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했다.
나의 오코보,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옆에 있는 친구들 덕분에 더욱더 희망찬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고 결정에 망설일 때면 언제나 내게 손을 내밀어 주고 뒤에서 밀어주었던 동료 단원들이 있었기에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다.
삼각김밥과 물을 간식으로 받고 허겁지겁 허기진 내 배를 채운 후에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난 잠이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의 2015년 2월 오타루의 꿈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