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렸습니다. 질렸어요. 매일 강의 듣고, 노트를 적으며, 술마시고, 몸 상하고, 불규칙적으로 자고, 그런 나날들이 자꾸만 있어왔어요.이런 생활에 무엇인가에 홀린 듯 매일같이 혼신을 다해 살아갔습니다. 그런 생활에 저는 만족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아니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탈출을 해야 했어요. 저는 즐겼던 게 아니라, 그저 공허감 속에서 자기가 어느 상태인지도 모른채 눈이 감겨져 돌아다니는 것일 뿐이였었어요. 그곳에서 나와야 한다는 걸 문득 깨달았을 즈음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OKOVO 단원들을 모집해요~)라는 글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문득 "아.. 가고 싶네" 라는 생각만 들었지만, 왠지 모를 그 해방감을 가지고 싶다는 기분을 자꾸만 가지면서 오코보라는 게 대체 뭔지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결국은 활동비를 입금하고, 덜컥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아직도 그 비싼 항공료를 생각하면 치가 떨리네요.(아, 항공 비용은 활동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입국!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오타루라는 마을을 돌았어요. 평범한 소도시지만, 앞으로 내가 3주 가까이 있을 곳이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마음 속으로 삼키고 하루를 보냈어요. 그렇게 처음이 시작됐답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계실 분들이 누군지 상상이 안가요. 일본에 너무 가고 싶어 저처럼 여기까지 운명처럼 끌려온 듯한 분? 사람들과 어올리고 싶은 기분에 방문하신 분? 아니면 오래 전에 오코보 활동을 하셨던 분? 어쩌면 저랑 같이 다녀온 분이 읽고 계실 수도 있겠죠.
오코보에서 겪었던 그 행복과 감탄의 흐름, 차가운 눈이 펑펑 오는 도시의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 저 멀리 다른 나라에서 오신 대만 봉사단 분들과 오타루 대학생들과 나누었던 그 시간과 그 공간, 그걸 어찌 다 글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적을 수는 있겠지만, 이건 적는다고 이해가 될 게 아니라고 봐요. 적는다고 해도 정말 긴 글이 될거에요. 여러분들이 가진 추억 중 소중한 걸 말로 내가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해달라고 하면,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이 모든 걸 길게 적지 않고, 저의 감상을 한 줄로 말해보자면, 오코보에서 활동했던 시간은 저에게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던 활동이였어요.
삶은 그다지 길지 않고, 우리는 항상 시간에 쫒기며 살아요. 과제 기한, 자격증 시험, 어올릴 이유가 없는 사람들과 어올리는 그 무의미한 시간들, 술과 고칼로리 음식들로 보내는 귀중한 주말, 그리고 가장 큰, 여러분들이 가진 갖가지의 이유들로 존재하는 마음속의 그 불안함.
오타루에서 있었던 그 며칠간의 시간들은, 저에게 하루가 얼마나 진정으로 즐거울 수 있는지, 한국에서 있었을 때와 다르게, 매일 잠자리에 들때마다 걱정거리가 없었고 내일이 기대되던 그 순간들을 경험하게 해줬어요. 지금까지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은 느낌이 든답니다.
멍때리기의 미학을 전수해주었던 한상희 누나도, 편의점에 가는 길에서 자신의 따뜻한 마음만큼이나 따뜻한 말로 위로해줬던 미림누나도, 저에게 중요한 걸 일러줬던 혁수 형도, 같이 말없어도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희한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감자이모도, 내색은 안 한것 같지만 사실 보는 걸로도 의지가 되곤 하던 건우형과 민지누나, 순성이 형도, 그 외에도 나를 걱정해주고, 생일을 축하해주며, 진심어린 마음으로 생각하며 행동해주었던 모든 분들이 고맙습니다.
어쩌면 새벽이기에 이런 칭찬 가득 담긴 글을 적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자, 부끄러움은 여러분들 몫입니다. :)
그리고 후기를 읽고 계신 다른 분들도, 정말 오시면 후회하지 않을.. 아니, 여러분이라는 우주에서 분명 하나의 별이 될 기억을 남겨줄 과정이 될 거에요. 힘내세요 :)
여담 : 저를 보시더라도 이 글 얘기는 어지간하면.. 꺼내지 말기로.. 분위기가 죠큼 있을때는..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