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과 협상, 투쟁 과정은 그 뒤로도 20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1986년 완성된 도로는 운하의 폭을 반으로 줄여놓았지만, 운하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대신 그동안의 논쟁 과정이 일본 내에 알려지면서 이곳은 일약 유명 관광지가 됐다. 창고도 외형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식 주점과 식당으로 탈바꿈해 관광객을 맞고 있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일본은행 구 오타루지점 금융자료관이나 오타루 베인 등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그대로 쓰는 역사적 건조물들이다. 오타루시는 이런 노력을 통해 오타루시 전체 공간의 통일성을 기하고 있다는 게 와타나베의 설명이었다.
유리공예를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오타루 운하 공예관’은 오징어 눈두덩이 같은 독특한 돔 양식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띈다. 공예관 지하로 내려가면 섭씨 1천도의 가스 가마와 녹아내릴 듯한 결석이 투명한 유리로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한다.
눈빛 축제의 백미는 눈길 걷기
<러브레터>의 둥글고 빨간 우체통 앞에서 와타나베는 <일 포스티노>를 연상시키는 포즈를 취했다. 시 청사에 들어서자 ‘유키 아카리(눈빛)의 길’ 축제를 준비하는 시 공무원들과 1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오타루시 직원 니시모토 유스케(25)의 맑은 미소는 눈축제 때 밝혀질 스노 캔들만큼이나 빛났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보통 5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몰린다. 2월10일부터 19일까지 오타루 운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행사의 백미는 산책로와 가스등이 놓인 눈길을 걷는 것이다. 연꽃을 닮은, 운하 표면에 피어나는 얼음 균열인 ‘하스하 고오리’도 놓치기 힘든 광경이다.
스시의 나라 일본에서도 오타루 스시라고 하면 알아준다고 한다. 취재진도 초밥집 130개가 몰려 있는 ‘스시도오리’로 발길을 옮겼다.
작성자 - 박경호